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김부장을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소지섭 배우의 단순 액션물이겠거니 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손을 못 놓게 되더군요. 묵직한 액션과 화면 구성 스토리 등 너무도 재미있게 그려져서 결국 원작 웹툰까지 정주행했습니다. 드라마와 웹툰, 둘 다 본 입장에서 느낀 차이를 정리해 봤습니다.줄거리 — 19년을 숨긴 인간병기의 정체김 부장의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조합이 진짜 말이 되나?"였습니다. 중소기업 부장에, 탈모 걱정하는 중년 아저씨에, 그런데 알고 보니 북한·중국·러시아가 전담 마케팅(?)을 따로 짤 정도로 두려워하던 전설적인 북파 공작원이라는 거잖아요. 코드네임 66, 정식 명칭은 백두산 1기의 리더입니다.여기서 북파 공작원이란, 냉전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뻔한 감동 코드로 범벅된 할리우드 리메이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전신마비 재벌과 전과자 출신 간병인이라는 설정만 보고 결말까지 다 그려지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제일 먼저 깨진 건 줄거리 예측이 아니라 제 선입견이었습니다. 2019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업사이드(The Upside)'는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Intouchables, 2011)'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으로,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선입견 — 이 영화를 오해하고 있었습니다제가 직접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크게 오해했던 부분은 '감동 공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히 '장애 포르노(inspiration porn)'라는 비판을 받기도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를 틀어놓고 딴짓하는 게 습관인 저였는데, 악의 꽃만큼은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의 아들이 신분을 숨기고 형사의 남편으로 살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출발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범인을 쫓는 스릴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 오래 남는 드라마였습니다.드라마 줄거리 — 신분을 숨긴 남자와 진실을 쫓는 여자제가 직접 처음 회차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였습니다. 도현수(이준기 분)는 연쇄살인범 도민석의 아들로, 18년 전 아버지의 마지막 범행 현장에서 마을을 떠난 뒤 수배자 신분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는 백희성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강력계 형사 차지원(문..
영화가 끝나고 TV를 껐는데도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보통은 재미있었는지 아닌지만 판단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더 파더》는 달랐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과 나눈 통화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시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고,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겼던 그 순간들이 갑자기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이 작품은 치매를 관찰하게 만드는 대신 관객을 환자의 시선 안에 직접 가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무겁고 정직한지, 영화를 끝까지 따라가 보니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치매 증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만든 연출《더 파더》의 가장 큰 특징은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을 카메라 밖에서 서술하여 ..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엔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큰 사건도 없고, 자극적인 반전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퇴근하고 나서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하게 소파에 누워있던 어느 날 밤, 화면 속 미정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그 말이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 같아서요. 나의 해방일지는 위로를 주는 드라마라고들 하는데, 제가 느끼기엔 그보다 훨씬 불편하고 정직한 작품이었습니다.무기력이라는 감정, 드라마가 수치로 증명한 것들나의 해방일지가 공개된 2022년, 국내 직장인 번아웃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퇴근 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주 3회 이상"이라고 답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별로 놀랍지 않았습니..
솔직히 저는 메멘토를 처음 봤을 때 제가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고, 누가 누구인지도 헷갈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꽉 찼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혼란이 감독이 일부러 설계한 감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퍼즐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역순 구성이 만들어낸 혼란, 그게 바로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메멘토는 총 44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영화라면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시간이 흐르지만, 이 영화는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영화 구조를 도식화하면 말굽 모양, 즉 유자(U) 형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관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직선으로 영화를 보지만 실제 사건의 시간 순서는 지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