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만 달러. 시나리오 없음. 배우들은 서로의 대사를 몰랐습니다. 그 상태로 찍은 영화가 보는 내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인디 SF 스릴러 코히어런스(Coherence) 얘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큰 기대 없이 틀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평행우주나 양자역학 같은 개념이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 제 자신의 선택과 후회를 건드리는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배경: 5만 달러와 12페이지 치료 노트로 탄생한 영화감독 제임스 워드 버킷(James Ward Byrkit)은 당시 취업 시장에서 계속 거절을 받던 상황이었습니다. 파이리츠 오브 더 캐리비안 1~3편의 콘셉트 아티스트로 일했고, 단편 연출 경력도 있었지만 메이저 제작사 문은 쉽게 열..
영화 듄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화면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운데, 대사 속 낯선 단어들이 쏟아지면서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었거든요. 일반적으로 SF 영화라고 하면 관객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설명 장치를 넣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듄은 그런 친절함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영화입니다. 알고 보니 그 낯섦의 근원은 서기 16000년에 걸친 방대한 역사였고, 그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나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듄의 배경역사 — 1만 년이 만들어낸 봉건 은하제국처음 영화를 봤을 때 황제니 귀족 가문이니 하는 설정이 그냥 판타지 클리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수만 년에 걸친 역사적 필연의 결과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듄 세계관의 분기점은 서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