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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에서 회를 시킬 때 손질 과정을 유심히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본 광어 손질 영상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살아 있는 광어를 기절도 시키지 않고 바로 손질하고, 회를 뜨기 전에 껍질부터 벗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장 현실 — 일식집 기준을 그대로 들이밀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예전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처음 갔을 때, 아주머니 한 분이 광어 한 마리를 순식간에 손질하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손이 빠르다고만 생각했지, 그 속도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고급 일식집이나 초밥집을 가보면 주방이 분리되어 있고, 내장 처리용 도마, 포 뜨는 도마, 최종 썰기용 도마가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칼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업 시작 몇 시간 전부터 횟감을 미리 손질해 두고 냉장 숙성까지 마쳐서 손님 상에 올리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시간과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수산시장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한 평 남짓한 좁은 자리에서 도마 하나, 칼 하나로 손님이 고른 활어(살아 있는 생선)를 그 즉시 손질해서 내야 합니다. 활어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상태의 생선을 뜻하는데, 손님이 주문한 순간부터 시간 싸움이 시작됩니다. 주문이 밀리면 한 마리당 피 빼는 시간을 충분히 줄 여유가 없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 일식집 기준으로 시장 손질 방식을 평가하면 처음부터 비교 자체가 어긋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위생이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시장의 태생적인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 차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판단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는 먼저 정확히 알고 가야 합니다.
손질 방식 — 물 붓기, 껍질 먼저, 피 안 빼기의 진짜 이유
영상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장면이 세 가지였습니다. 손질 도중 수돗물을 중간중간 붓는 것, 포를 뜨기 전에 껍질부터 벗기는 것, 그리고 피를 충분히 빼지 않고 바로 대가리를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세 가지 모두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이유를 따져보니 나름의 논리가 있었습니다.
먼저 수돗물 문제입니다. 일식집에서는 포를 뜬 이후 물 한 방울도 닿지 않게 합니다. 살덩이에 담수(민물)가 닿으면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삼투압이란 농도가 다른 두 용액 사이에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인데, 바닷물에 익숙한 생선 살에 민물이 닿으면 살 안의 수용성 맛 성분과 지방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풍미가 떨어집니다. 일식집이 물을 철저히 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활어회처럼 즉석에서 썰어 바로 내는 경우는 다릅니다. 삼투압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수 시간이 필요합니다. 썰어서 5~10분 안에 손님 상에 오르는 활어회는 그 시간이 없습니다. 오히려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은 여름철 수산물에서 검출될 수 있는 비브리오균 같은 해수성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비브리오균은 민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껍질을 먼저 벗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어처럼 작은 개체나 도다리, 줄돔처럼 뼈째 썰어야 하는 생선은 포를 뜨기 전에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 작업 순서상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작업 편의성과 신속성 때문이고, 어차피 물로 계속 씻어가며 손질하는 방식이라 도마 오염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피를 완전히 빼지 못하는 문제는 사실 제가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입니다. 일식집에서 하는 정석 방혈(피 빼기)은 대가리를 자른 뒤 꼬리 쪽 혈관도 절개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혈액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주문이 몰리는 시장에서 이걸 매 마리마다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모세혈관 안쪽에 극미량의 혈액이 남을 수 있는데, 이 혈액 속에는 이노신산 같은 감칠맛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생선 본연의 풍미로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논란이 됐던 세 가지, 정리하면
- 수돗물 사용: 활어회는 즉시 제공되므로 삼투압 영향이 거의 없고, 비브리오균 억제 효과가 있다
- 껍질 먼저 제거: 뼈째 썰어야 하는 생선 종류에서는 이 순서가 작업 효율상 맞다
- 방혈 생략: 주문 즉시 손질하는 구조상 완전한 방혈은 어렵고, 잔류 혈액이 풍미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위생 기준 — 현실은 이해하되, 소비자가 봐야 할 것
시장 손질 방식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해서 제가 "그러니 다 괜찮다"는 결론을 내린 건 아닙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유를 알면 알수록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더 꼼꼼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수산물 손질 시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생선의 내장 처리와 횟감 손질에 사용하는 도구를 구분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물론 시장 환경에서 이걸 완벽히 지키기 어렵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최소한 도마와 칼을 주기적으로 세척하는지, 손질 공간이 지나치게 오염되어 있지 않은지 정도는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달라진 게 있다면, 수산시장에 갔을 때 가격표보다 손질 공간을 먼저 한 번 훑어보게 됐다는 점입니다. 도마가 지나치게 낡거나 핏물이 고여 있지는 않은지, 작업 중에 손을 씻거나 도구를 헹구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대단한 기준이 아니라 그냥 음식을 만드는 공간에서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입니다.
먹거리 윤리 쪽으로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살아 있는 생선을 기절 없이 손질하는 모습이 외국인 눈에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 영상을 봤을 때 마음이 불편했으니까요. 다만 어떤 생명을 식재료로 다루는 방식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어느 한쪽 기준만으로 다른 문화를 단순히 잔인하다고 재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느냐, 그리고 먹는 사람의 안전을 지키려는 의식이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산시장에서 수돗물로 씻은 광어회는 맛이 떨어지나요?
A. 활어회처럼 즉석에서 썰어 바로 내는 경우에는 크게 영향이 없습니다. 삼투압 현상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수 시간이 필요한데, 손질 직후 바로 먹는 활어회는 그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 포를 떠서 냉장 숙성하는 방식이라면 물이 닿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Q. 시장에서 광어 껍질을 먼저 벗기는 게 잘못된 건가요?
A.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작은 광어나 도다리, 줄돔처럼 뼈째 썰어야 하는 생선은 포를 뜨기 전에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작업 순서에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장의 신속한 손질 환경을 감안하면 작업 편의성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Q. 피를 제대로 안 뺀 광어회는 비려서 못 먹나요?
A. 완전한 방혈(피 빼기)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모세혈관에 남는 혈액의 양은 극히 미량입니다. 이 혈액 속에는 이노신산 같은 감칠맛 성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오히려 생선 특유의 풍미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혈액이 눈에 띄게 많이 남아 있다면 비린맛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수산시장 회를 먹을 때 위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나요?
A. 제 경험상 손질 공간을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됩니다. 도마 상태가 지나치게 낡거나 핏물이 고여 있지 않은지, 작업 중간에 도구를 헹구거나 손을 씻는지 정도를 확인하면 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비브리오균 감염 위험이 높아지므로 손질 환경이 더욱 중요합니다.
결론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그동안 수산시장에서 너무 결과물만 봐왔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깔끔하게 담겨 나온 회 한 접시 뒤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그 과정이 왜 그렇게 이루어지는지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영상 하나가 그 생각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시장 손질 방식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대로 영상 하나만 보고 "저렇게 만든 회는 위험하다"고 단정하는 건 둘 다 조금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는 시장 나름의 현실적인 사정이 있고, 소비자에게는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생 기준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수산시장에 가면 가격과 양만 따지기보다 손질하는 공간을 한 번 더 살펴볼 생각입니다.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