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메멘토를 처음 봤을 때 제가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고, 누가 누구인지도 헷갈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꽉 찼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 혼란이 감독이 일부러 설계한 감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퍼즐이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역순 구성이 만들어낸 혼란, 그게 바로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메멘토는 총 44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영화라면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시간이 흐르지만, 이 영화는 그 순서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영화 구조를 도식화하면 말굽 모양, 즉 유자(U) 형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관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직선으로 영화를 보지만 실제 사건의 시간 순서는 지그재..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파묘》저는 솔직히 으스스한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엔 그저 단순한 귀신 영화나 자극적인 오컬트 공포물인 줄 알고 영화관을 찾았습니다.그런데 막상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상영관을 나올 때의 느낌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묵직하고 묘한 불안감이 가슴에 오래 남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영화 속 특정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풍수지리부터 음양오행, 그리고 일제강점기 역사까지 촘촘하게 얽힌 이 영화를 제 관람 경험과 함께 깊이 있게 뜯어보려 합니다.풍수지리로 읽는 그 묫자리의 정체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풍수사 김상덕이 묫자리를 한눈에 보고는 "40년 단팥빵 먹고살았지만, 절대 사람이 누..
처음 극장에서 를 봤을 때 제 기억에 남은 건 히스 레저의 강렬한 조커 연기와 화려한 폭발 액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다시 튼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관객은 영웅 배트맨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다크나이트는 범죄 영화였다"라고 말한 이유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히어로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범죄 영화였습니다일반적인 히어로물은 선과 악이 명확합니다. 주인공이 고난을 겪다 결국 악당을 응징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죠. 저 역시 처음엔 배트맨은 절대선, 조커는 절대악이라는 일차원적 구조로 영화를 받아들였습니다.하지만 다시 본 영화는 시작부터 이 공식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배트맨은..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저 역시 "또 하나의 DC 빌런 탄생기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OTT로 두 번째 다시 보았을 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단 하나, 갑작스러운 웃음 한 번, 깜빡이는 조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면이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조커》(2019)는 단순한 악당의 기원이 아니라, 한 개인이 사회에서 완전히 외면당했을 때 도달하는 비극을 상징과 심리로 채워 넣은 작품입니다.계단이 말해주는 것 — 같은 장소, 완전히 다른 사람보통 영화의 메시지는 대사나 배경음악으로 전달되곤 합니다. 하지만 《조커》는 이 역할을 '공간'에 온전히 맡깁니다.영화 초반, 퇴근길 아서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장면을 유심히 본 ..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던 적이 얼마나 됩니까.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3년작 는 그런 드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아이 납치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막상 보고 나면 범인보다 '선한 사람이 선을 넘는 순간'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명치가 불편했습니다. 세월이 지난 영화지만 정말 신선한 충격이였어요확신의 함정 — 켈러 도버는 왜 괴물이 됐나일반적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켈러 도버(휴 잭맨)의 행동이 이해되는 순간과 소름 끼치는 순간이 정확히 겹쳐 있었거든요.추수감사절 저녁, 도버의 막내딸 애나와 친구 조이가 사라집니다. 동네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