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셔터 아일랜드를 처음 볼 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스릴러라고 단정 짓고 봤습니다. 주인공이 섬에서 수상한 낌새를 하나씩 밝혀내는 구조겠거니 하고 단서를 따라가다가, 결말에서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충격이 가라앉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진짜 무게는 반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있었습니다.반전 구조 —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방식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가 셔터 아일랜드에 실종된 환자를 수사하러 온 연방 보안관이라는 설정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제가 실제로 그랬고, 중반까지는 이 섬에 반인륜적인 인체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인공의 의심에 꽤 설득당했습니다.그런데 이 영화의 ..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던 적이 얼마나 됩니까.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3년작 는 그런 드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아이 납치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막상 보고 나면 범인보다 '선한 사람이 선을 넘는 순간'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명치가 불편했습니다.확신의 함정 — 켈러 도버는 왜 괴물이 됐나일반적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켈러 도버(휴 잭맨)의 행동이 이해되는 순간과 소름 끼치는 순간이 정확히 겹쳐 있었거든요.추수감사절 저녁, 도버의 막내딸 애나와 친구 조이가 사라집니다. 동네에 정차해 있던 수상한 캠핑카가 유일한 단서였고,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