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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한 장이 오징어전의 맛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처음 이 조합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깻잎은 고기 쌈에나 쓰는 재료라고 막연히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름에 부치는 음식에 향이 강한 재료가 하나 들어가면 전체 맛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명절 전, 오징어를 먼저 익히는 이유
일반적으로 오징어 전을 만들 때 생오징어를 바로 썰어 반죽에 섞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해 보니 결과가 꽤 달랐습니다.
오징어를 반죽에 넣기 전에 팬에 살짝 구워두면 두 가지 효과가 생깁니다. 먼저 수분 이탈이 줄어듭니다. 수분 이탈이란 재료 안에 있는 물기가 열을 받으면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인데, 전을 부칠 때 이 수분이 많이 나오면 반죽이 풀어지고 전이 질척해집니다. 미리 살짝 익혀두면 이 과정을 한 번 거친 셈이 되어, 본 부침 때 반죽이 훨씬 안정적으로 잡힙니다.
다음으로 오징어 특유의 비린내, 즉 잡내 제거에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잡내란 해산물이 가진 아민(amine) 계열 화합물에서 비롯되는 냄새를 말합니다. 미림을 두 스푼 넣고 오징어를 버무린 뒤 팬에서 1분 내외로 구워주면 이 냄새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미림에 포함된 당분과 알코올 성분이 잡내 성분과 결합해 휘발시켜 주는 원리입니다(출처: 국립식품과학원).
단, 이때 너무 오래 익히면 역효과가 납니다. 오징어의 단백질은 열에 민감해서 과가열되면 근섬유가 수축하면서 질겨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확히 1분 안팎으로 끊어야 이후 부침 과정에서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잡내를 없애려다 식감을 잃으면 오징어 전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니까요.
- 미림+오징어 버무리기 → 팬에 1분 내외로 살짝 구워 잡내와 수분을 동시에 잡는다
- 당근, 새송이버섯, 대파, 홍고추, 땡초를 채 썰어 고루 섞어 반죽에 풍성함을 더한다
- 튀김가루 또는 부침가루로 깻잎 앞뒤를 묻힌 뒤, 오징어 반죽을 얹어 부친다
- 팬을 달군 뒤 불을 약간 낮추고 부쳐야 속까지 고루 익고 겉이 타지 않는다
깻잎의 식감과 호불호, 냉정하게 따져봤습니다
'깻잎을 넣으면 두 배 맛있어진다'는 표현은 솔직히 조금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 레시피를 처음 봤을 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깻잎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따져봤습니다.
깻잎에는 페릴라케톤(perilla ketone)을 비롯한 방향성 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페릴라케톤이란 깻잎 특유의 향을 만드는 주요 성분으로, 기름에 열을 가하면 이 향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주변 재료와 어우러집니다. 전을 부치는 과정에서 기름과 열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깻잎의 향이 오징어 반죽 전체로 퍼지는 효과가 생깁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점은 제가 직접 써봤을 때도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명절에 동그랑땡, 동태전, 고기전을 차례로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기름 냄새가 입안에서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데, 깻잎 오징어 전은 그 사이에서 확실히 다른 인상을 줬습니다.
다만 이건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깻잎 향에 민감한 분들, 특히 어린아이나 해산물 자체를 잘 먹지 않는 가족이 있다면 오히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깻잎을 좋아하는 어른 입장에서는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가 되고, 향에 낯선 아이들에게는 '이상한 전'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합니다. 식으면 부침가루 반죽이 기름을 머금은 채 굳어서 식감이 무거워집니다. 명절이라고 미리 대량으로 부쳐두기보다 먹을 만큼씩 나눠 부치는 쪽이 맛 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이 부분은 어떤 전에든 공통으로 해당되지만, 깻잎 향이 포인트인 이 전은 특히 그렇습니다. 향은 뜨거울 때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오징어전 만들 때 오징어를 미리 익혀야 하나요, 생으로 써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생오징어를 바로 쓰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가 비교해본 결과 미리 살짝 익혀두는 쪽이 수분 이탈과 잡내 면에서 확실히 유리했습니다. 단, 1분 내외로 끊어야 하고 그 이상 익히면 식감이 질겨질 수 있습니다.
Q. 튀김가루랑 부침가루 중 어느 게 더 낫나요?
A. 두 가지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튀김가루는 바삭한 식감이 더 강하게 나오고, 부침가루는 반죽이 좀 더 두툼하고 촉촉하게 부쳐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원하는 식감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제가 써본 경험상 깻잎에는 튀김가루가 묻혔을 때 겉이 좀 더 바삭하게 잡혔습니다.
Q. 깻잎을 싫어하는 가족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이 레시피는 깻잎 향이 핵심 포인트여서 향 자체를 빼면 일반 오징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깻잎을 못 먹는 가족이 있다면 깻잎 없이 반죽만 부쳐도 되고, 깻잎 오징어전과 일반 오징어전을 병행해서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명절 식탁은 취향이 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먹는 자리니까요.
Q. 명절 전날 미리 만들어뒀다가 데워 먹어도 괜찮나요?
A.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부침가루 반죽이 기름을 머금은 채 식으면 눅눅해지고, 깻잎 향도 많이 날아갑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전류는 에어프라이어로 짧게 데우면 식감이 어느 정도 돌아오지만, 갓 부쳐 따뜻할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납니다. 가능하면 먹기 직전에 부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깻잎 오징어전은 '무조건 두 배 맛있는 전'이라기보다 기존 오징어전에 향이라는 변수 하나를 추가한 레시피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미림과 팬 예열로 잡내를 잡고, 깻잎의 방향성 화합물로 맛에 인상을 더하는 구조입니다. 재료도 냉장고에 있는 당근, 버섯, 대파, 고추로 충분하고, 특별히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없습니다.
저는 명절에 너무 많은 종류의 전을 욕심내기보다 가족이 좋아하는 몇 가지를 여유 있게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만든 사람이 지쳐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면 그것도 아쉬운 일이니까요. 이번에 깻잎 오징어전 한 접시를 식탁에 올려놓으면, '이게 뭔가 다른데'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입니다. 명절 식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로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