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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염색과 암 (연구 현황, WHO 등급, 안전한 염색)

라이프플랜 2026. 9. 15. 08:22

목차


    머리 염색과 암

     

    머리 염색이 몸에 나쁘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나쁜가"를 따지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도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두 달에 한 번꼴로 염색을 해왔는데, 어느 날 '염색약이 암을 일으킨다'는 글을 보고 나서 그게 정말인지 제대로 파고들어 봤습니다. 그전까지는 가장 순하고 독하지 않는 염색약을 찾아 사용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섭기만 한 이야기도, 안심하기만 해도 되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염색약과 암, 이 논쟁은 어디서 시작됐나

    이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외에서 진행된 메타분석(Meta-analysis), 즉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합해 분석하는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에서 헤어드레서들의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42개 연구를 종합한 이 분석에서 미용사·이발사의 방광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 대비 1.4배였고, 10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는 1.7배까지 올라갔습니다.

    왜 하필 방광암이냐고 하면, 염색약에 포함된 아로마틱 아민(Aromatic Amine)이라는 성분이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 뒤 혈액을 타고 돌다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방광 점막에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로마틱 아민이란 육각형 벤젠 고리 구조에 질소기(-NH₂)가 붙은 화합물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 꽤 찜찜했습니다. 특히 염색할 때 두피가 따끔거리거나 냄새가 세게 나는 제품을 쓸 때면 "이게 피부에 닿아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쳐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냥 예민한 걸로 넘겼는데, 찾아보고 나니 그 감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시스터 스터디(Sister Study)라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도 진행됐습니다. 자매 중 유방암 진단자가 있는 여성 간호사 약 55,884명을 대상으로 영구 염색약과 유방암·자궁내막암의 연관성을 추적한 연구입니다. 영구 염색을 사용한 경우 흑인 여성은 유방암 발생이 45%, 백인 여성은 7%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고, 반영구 및 일시 염색은 영향이 없었습니다. 또한 머릿결을 곧게 펴는 데 쓰는 스트레이트 약제(Straightening agent)를 1년에 4회 이상 사용한 경우, 자궁내막암 위험이 무려 155%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사람만 등록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암 발생 소인이 높은 집단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고 그 점이 위험 수치를 부풀렸을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요약: 메타분석과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영구 염색약과 일부 암의 관련성이 보고됐지만, 연구 설계상 한계로 결과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WHO 발암 등급이 실제로 말하는 것

    연구 결과가 엇갈리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막막했는데, 가장 공신력 있는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매기는 발암물질 등급입니다. IARC란 전 세계의 물질·환경·직업적 요인에 대해 인체 발암 가능성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으로,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분류 체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IARC 공식 홈페이지).

    IARC의 등급 체계는 네 단계로 나뉩니다.

    • 그룹 1: 인체 발암이 확인된 물질 (예: 석면, 담배)
    • 그룹 2A: 인체 발암 추정 물질 (probable carcinogen) — 동물 실험에서 충분한 근거, 인체에서도 제한적 근거 있음
    • 그룹 2B: 인체 발암 가능 물질 (possible carcinogen) — 근거가 있지만 2A보다 불충분
    • 그룹 3: 발암물질로 분류 불가 —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발암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미용사나 이발사로 장기 근무하는 경우의 염색약 노출은 그룹 2A, 즉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됩니다. 반면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헤어 컬러링(Personal use of hair colorants)은 그룹 3에 해당합니다. 그룹 3이란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의 증거로는 발암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확인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미용사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구나"였습니다. 매일 수십 명의 머리에 염색약을 다루고, 환기가 완전하지 않은 실내에서 화학물질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상황은 두 달에 한 번 집에서 염색하는 저와는 노출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한편, 영구 염색이 그룹 3 이하로 관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규제도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각국 정부가 염색약 및 파마 약제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고, 그 이후 생산된 제품들은 문제가 된 성분 상당수가 제거됐습니다(출처: WHO Q&A - 암, 염색약과 스트레이트너). 솔직히 이건 처음 알았을 때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요약: IARC 기준으로 미용사의 직업적 노출은 2A(발암 추정), 일반인의 개인적 사용은 3(분류 불가)으로 구분되며, 이 차이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염색하면 덜 위험한가

    연구를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나서 제가 바꾼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무조건 끊기보다는 '더 안전하게'를 택한 건데, 그 방향이 전문가들의 조언과도 꽤 일치해서 나름대로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선 염색 방식 자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구 염색(Permanent hair dye)은 머리카락을 탈색한 뒤 아로마틱 아민 계열 성분이 산화 반응을 일으켜 원하는 색을 만들어냅니다. 이 산화 반응(Oxidation reaction)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발생하는데, 활성산소란 세포 내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를 말합니다. DNA 손상이 누적되면 암 발생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구 염색이 상대적으로 더 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반면 반영구 염색이나 일시 염색은 이런 화학반응 없이 머리카락 표면에 색소를 코팅하는 방식이라 활성산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 — 11만 7,200명을 1976년부터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 에서도 대부분의 암 발생과 영구 염색 사이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았고, 일부 암에서 위험 증가가 관찰됐더라도 평생 200회 이상 사용한 집단에서 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집에서 염색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두피에 약이 닿으면 바로 물로 닦아냅니다. 예전에는 두피까지 꼼꼼히 바르는 게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리고 2~3개월에 한 번 하던 걸 조금 더 간격을 늘렸고, 상황이 되면 반영구 염색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도 미용실에서 상담을 해봤습니다.

    건강정보를 볼 때 제가 늘 느끼는 건, '암'이라는 단어 하나가 앞뒤 맥락을 다 날려버린다는 점입니다. 상대적 위험 증가율(Relative risk increase)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원래 발생률이 0.1%인 암이 연구에서 21% 증가했다면 0.121%가 되는 것입니다. 퍼센트 수치만 보면 크게 느껴지지만, 실제 발생 인원의 차이는 매우 작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맥락을 건너뛴 건강 정보는 공포만 키우고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합니다.

    요약: 영구 염색은 산화 반응과 활성산소 생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의가 필요하고, 장갑 착용·두피 접촉 최소화·염색 간격 조절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하는 셀프 염색도 암 위험이 있나요?

    A. IARC 기준으로 일반인의 개인 염색 사용은 그룹 3, 즉 발암물질로 단정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매일 염색약을 다루는 미용사와 달리 노출 빈도와 양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다만 장갑을 착용하고 두피 접촉을 줄이는 습관은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Q. 반영구 염색은 정말 괜찮은가요?

    A.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반영구 및 일시 염색은 암 발생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화 반응 없이 표면에 색소를 입히는 방식이라 활성산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구 염색이 걱정된다면 반영구 염색으로 대체하는 것이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Q. 스트레이트 약제도 염색약만큼 위험한가요?

    A. 시스터 스터디 결과에서는 스트레이트 약제가 자궁내막암 위험과 더 강하게 연관됐으며, 연간 4회 이상 사용 시 위험이 155%까지 높아졌습니다. 염색약보다 오히려 더 주의가 필요한 제품군일 수 있으므로, 사용 빈도를 줄이고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미용사는 염색약 위험에서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나요?

    A. 미용사의 직업적 염색약 노출은 IARC 2A(발암 추정)로 분류될 만큼 위험 수준이 일반인과 다릅니다. 작업 시 라텍스 또는 니트릴 장갑 착용, 환기가 충분한 공간에서 작업, 피부 접촉 후 즉시 세척 등이 기본 권고 사항입니다. 장기간 근무할수록 노출 누적이 크므로 정기적인 건강 검진도 권장됩니다.

     

    Q. 염색 횟수를 어느 정도로 줄이면 될까요?

    A. Nurses' Health Study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위험 증가가 관찰된 집단은 평생 200회 이상 영구 염색을 사용한 경우였습니다. 연간 6회 기준으로 30년 이상 사용해야 도달하는 수치입니다. 지나치게 자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가능하면 염색 간격을 늘리거나 반영구 염색을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저는 앞으로도 염색을 할 것 같습니다. 흰머리를 완전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구를 살펴본 결과 일반인이 합리적인 빈도로 사용하는 영구 염색이 명백한 발암물질이라는 근거가 현재로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건,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구 염색과 반영구 염색의 차이를 알고, 산화 반응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두피 접촉을 줄이고 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일이 꼭 무언가를 완전히 끊는 것만은 아닙니다. 계속해야 하는 생활 습관이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참고: https://youtu.be/aYuYtZiBIUk?si=CMlQ7eWZ5463HIyI